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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당뇨병인데 주사 대신 먹는 약만으로 혈당 조절하면 안되나요?
글쓴이 관리자 (IP: *.37.49.149) 작성일 2022-07-07 00:00 조회수 291

https://jhealthmedia.joins.com/article/article_view.asp?pno=25563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당뇨병으로 치료 중인 50대 여성입니다. 당뇨약을 먹기 시작한지 벌써 8년째입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당화혈색소가 9%를 넘어 이제는 인슐린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전에도 인슐린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해 걱정입니다. 스스로 인슐린을 투약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을지 염려되고, 하루에도 여러 번 주사를 찔러야 하니 부담스러운 마음도 듭니다. 인슐린 치료가 늦으면 당뇨병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는데, 먹는 약을 더 늘리면 정말 안되나요?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교수의 조언

당화혈색소가 9%를 넘었다면 심각한 고혈당 상태입니다. 치솟는 혈당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리는 인슐린 치료로 당뇨병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여줘야 합니다. 

인슐린 치료 대신 먹는 약만 고집하면 혈당 조절 실패로 당뇨병 합병증 발생 위험만 커질 뿐입니다. 혈당이 조절되지 않은 고혈당 상태로 장기간 지내는 것은 건강 유지에 치명적입니다. 끈적한 혈액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결된 크고 작은 혈관을 타고 돌면서 속부터 곪습니다. 눈의 망막에 혈관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면 시력이 나빠지고, 가느다란 모세혈관 덩어리인 콩팥 기능이 약해져 투석을 하기도 합니다. 당뇨병으로 발 궤양이 생겨 절단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당화혈색소를 잘 관리하면 당뇨병 합병증 예방에 긍정적입니다. 당화혈색소를 1% 떨어뜨리면 미세혈관 합병증 발생률은 37%, 심근경색 발생률은 14%까지 줄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인슐린 치료는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 회복에도 유리합니다. 고혈당으로 인한 당독성(Glucotoxcity) 노출 기간을 줄여줘 과도한 인슐린 생산으로 지친 췌장을 쉬게 해줍니다. 이는 췌장의 자기 인슐린 생산 능력을 보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런 이유로 국내외 당뇨병학회에서도 3개월 이상 약을 먹어도 혈당 조절 목표(당화혈색소 6.5% 미만)에 도달하지 못하면 인슐린 치료를 권고합니다. 


특히 조언을 드리는 분처럼 당화혈색소 9%를 초과한 심각한 고혈당 환자는 인슐린 치료를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췌장 기능이 심각하게 약해져 있어 체내 인슐린 부족 현상이 심해진 상태라 인슐린 치료로 빨리 혈당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고혈당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손실되면서 각종 합병증 위험도 증가합니다. 초기 인슐린 치료로 빠르고 강력하게 혈당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2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 때 이미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50% 수준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고혈당으로 췌장 베타세포의 추가 손상을 막는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스스로 주사를 찔러야 하는 인슐린 치료가 두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혈당이 매우 높은 당뇨병 환자는 먹는 약을 늘려도 혈당 조절이 어렵습니다. 인슐린 치료를 미룰수록 내 몸에는 손해입니다. 인슐린 치료를 늦춰 생긴 망막·신경·콩팥 등에 생긴 당뇨병 합병증은 상태가 계속 악화합니다. 또 뒤늦게 인슐린 치료를 시작해 혈당이 오르내리면서 혈당을 조절하기 더 까다롭습니다. 인슐린 치료가 시급하지만 먹는 약으로만 혈당을 조절하려는 당뇨병 환자가 여전히 많아 안타깝습니다. 실제 제 2형 당뇨병으로 치료하고 있는 환자의 86.1%가 먹는 약으로 치료 중이지만, 혈당을 목표 수준까지 조절하는 비율은 25.5%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최근엔 인슐린 치료 환경도 좋아졌습니다.인슐린의 종류·용량을 별도로 계산하지 않아도 투약이 가능한 고정비율 통합제제(FRC) 인슐린 치료제(솔리쿠아 등)가 등장한 덕분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투약 편의성입니다. 하루 한 번 식사 1시간 전에 투약하면 공복·식후 혈당을 모두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에도 식사 전후 여러 번, 시간에 맞춰 투약할 인슐린 종류를 확인하고 용량을 계산해야 했던 것에 비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입니다.

치료 효과도 우수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고혈당 환자들에게 적기에 고정비율 통합제제(FRC) 인슐린 치료제를 쓴 경우 베타세포 기능을 측정하는 지표(beta-cell glucose sensitivity)가 평균적으로 35%가량 향상됐습니다. 인슐린 투여로 저혈당이 생기고 체중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개선했습니다. 아쉽게도 고정비율 통합제제(FRC) 인슐린 치료제는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건강보험 급여로 지원되지 않습니다. 현재 제한된 급여 조건이 확대돼 치료제 접근성이 향상되면 강력한 혈당 강하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이 더 쉬워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혈당이 매우 높은 환자는 초기부터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가 필요합니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진료지침을 통해 강력한 혈당 강하를 위해 기저인슐린과 GLP-1 RA의 병용 등을 포함한 인슐린 치료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먹는 약으로 혈당 관리가 어렵다면 가능한 일찍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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