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에 거주하던 1형 당뇨병을 가진 중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대한당뇨병연합에 따르면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가 사인이었다. 갑작스러운 사망이 의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1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분비가 전혀 안 되기 때문에 혈당의 오르내림이 매우 급격하다. 이 때문에 저혈당 쇼크가 올 우려가 일반 당뇨병보다 훨씬 크다. 특히 성장기의 어린이와 청소년 환자라면 성장호르몬의 영향으로 혈당의 등락 폭이 더욱 커진다.
1형 당뇨병 자녀를 둔 부모는 밤새 번갈아 불침번을 서는 고통을 겪는다. 아이가 잠을 자던 중에 갑작스러운 저혈당이 와서 위험해질 수 있어서다. 이른바 침대사망증후군이라는 것인데, 국내에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나와 있지 않다. 환자가 사망한 뒤엔 혈당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사인이 저혈당임을 밝히는 게 쉽지 않아서다. 따라서 1형 당뇨병 환자의 사망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데, 많은 경우 저혈당 쇼크는 그저 사인일 것으로 추정만 될 뿐이다. 실제 침대사망증후군으로 인한 사망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는 없을까. 의료기술의 발달로 이런 위험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기술은 분명히 있다. 센서 강화 인슐린펌프라고 하여, 환자의 혈당 추이에 따라 인슐린 주입량을 조절해 저혈당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이미 나와 있다. 저혈당 위험 등을 알람으로 알려 주는 연속혈당측정기도 마찬가지다.
이런 최신 기능은 대부분 비용과 정비례한다. 물론 정부에선 인슐린펌프 비용을 지원해 준다. 하지만 170만 원에 불과한 인슐린펌프 급여 기준가격으로는 이런 기기들을 다 담아낼 수 없고, 비용의 대부분은 환자와 부모의 개인 부담이다.
반면 해외 주요국에서는 건강보험이나 별도 기금 등을 통해 센서 강화 인슐린펌프 등의 비용을 보전해 준다. 덕분에 환자들이 저혈당 우려를 덜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는 고가의 인슐린펌프를 10∼30% 정도의 본인부담금만 내면 쓸 수 있다. 영국은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할 때 본인 부담이 아예 없다.
1형 당뇨병을 가진 아이의 사망은 2011년 호주에서도 있었다. 대니엘라 미즈발로라는 17세 소녀가 저혈당 쇼크로 수면 중에 사망한 것이다. 이 사건은 호주 사회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20세 미만 1형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관리 비용을 전액 국가가 제공하는 정책 결정으로 이어졌다. 일본 역시 20세 미만 환자는 본인 부담이 없도록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정책을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대한당뇨병연합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18세 이하 1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관리를 위한 본인 부담을 ‘제로’로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021년 11월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소아청소년, 청년 당뇨병 환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올해 4월 28일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의 주재로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의료인과 당뇨병 전문가, 환자 가족 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간담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보장성 강화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도 있었다.
이번에는 뭔가 좀 달라질 수 있을까. 과거 사례를 보면 정책 당국에서는 건강보험 혜택을 특정 연령대 대상으로 더 주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형평성 측면에서 보면 일견 이해되는 바 없지 않다. 그러나 성장기에 특히 생명에 위협이 되는 1형 당뇨병에 대한 문제라면 다르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의 생명을 노리는 저혈당의 위협은 연령대 간 형평성을 따지지 않는다.